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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Lay back Review 4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다이브다이스(divedice)

(보드게임 커뮤니티 다이브다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Lay back Review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2017년, 택틱스류의 롤플레잉 게임에 유로 보드게임의 감성을 끼얹은 글룸헤이븐은 정말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르는 스토리 분기형 게임 구조, 넘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개방되는 수많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기존의 보드게임들이 제공하지 못하던 다른 차원의 게임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저 역시도 상상 속으로만 그려보며 보드게임으로 구현하기는 힘들다고 여겼던 모습의 보드게임이 실제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분기형 스토리나 다양한 캐릭터들 외에도 글룸헤이븐의 훌륭한 점은 독특한 지구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빠듯하게 레벨링 된 시나리오 안에서 계획적인 행동 순서를 요구합니다. 이 부분은 롤플레잉 게임 팬들이나 테마게임 팬들 외에도 유로게임 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큰 장점입니다. 또한, 글룸헤이븐의 캐릭터들은 개성 있는 외모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은 이전에 보지 못한 다양한 종족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 종족들은 고유한 역사를 가지며, 글룸헤이븐 오리지널 세계관 안에서 이해관계를 유지하며 개성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다소 심각하고 폭력적일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는 다르게 글룸헤이븐의 위트 있는 스토리텔링은 플레이어들이 유쾌함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보드게임 역사에 그 이례가 없던 거대한 볼륨의 글룸헤이븐은 바로 그 방대한 볼륨이 단점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긴 이야기 동안 함께할 친구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매번 바뀌는 맵을 준비 해야 하고, 캐릭터와 도시의 성장에 맞춰 추가하고 바꿔야 하는 것들, 다양한 적들, 보스들, 아이템들, 모두 열거하기 힘든 많은 준비물들과 결정적으로 넓은 공간과 시간. 저 같은 게이머들에게 이 모든 것들은 축복이겠지만 모든 게이머들이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글룸헤이븐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방대한 볼륨은 어떤 게이머들에겐 장벽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2020년,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이라는 강력한 후속작이 발매됩니다.

 

사자의 턱은 글룸헤이븐 본판 이전의 시간대를 다루는 프리퀄이자 스탠드 얼론 확장입니다. 본판과의 큰 차이점은 캐릭터가 4개뿐이라는 점, 능력 카드의 향상이 불가능한 점, 시나리오 책자가 맵 타일들을 대신하는 점이고, 게임의 볼륨은 본판의 3분의 1 정도입니다. 본판과 사자의 턱 각각의 장단점은 서로에게 반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정리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글룸헤이븐 최대의 장점인 수많은 캐릭터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자의 턱에선 다양한 캐릭터들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만 본판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서는 4개의 캐릭터로도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으며, 특히나 이 캐릭터들이 5 레벨이 되는 시점에선 드라마틱한 전환점이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스토리를 소개하며 첫 게임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코믹스, 벽에 난 구멍

게임의 흐름은 다음의 순서들이 반복되어 진행됩니다.

0. 시나리오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면 도시 이벤트 처리.

1. 시나리오 준비.

2. 사냥의 시간!

3. 보상 획득. 정리.

 

도시 이벤트는 글룸헤이븐의 양념 같은 요소입니다. 세계관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 이벤트들은 글룸헤이븐 세계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자의 턱의 가장 큰 장점은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뉴얼이라고 볼 수 있는 안내책자는 첫 다섯개의 시나리오를 거치면서 플레이어들이 앞으로의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요소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능력 카드를 사용하고 주도권을 결정하는 아주 기본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몬스터의 행동 방법과 전투 방법을 거쳐, 맵과의 상호작용과 원소를 사용하는 등의 복잡한 내용을 순서대로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5번 시나리오의 첫 번째 보스를 공략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글룸헤이븐 게임 방법을 거의 마스터하게 됩니다. 이 튜토리얼 과정은 정말 획기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자의 턱으로 시작한 게이머들을 본판의 방대한 세계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 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사자의 턱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게임이고요.

 

안내 책자의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진행했다면 이제 게임 방법을 거의 마스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1 레벨 카드들이지만 튜토리얼 용과 실전 용으로 나뉘어 있어 단계적으로 게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던전 크롤링 게임들과는 다르게 유로게임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글룸헤이븐만의 특징은 바로 능력 카드의 독특한 사용방법입니다. 능력 카드에는 우선권을 결정하게 해주는 주도권 수치가 가운데에 쓰여있고 상단과 하단으로 능력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 (보통은 10장으로 시작했던) 능력카드 중에서 2장의 카드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중 한 장의 카드로 주도권을 결정한 다음) 한 장은 상단의 능력을, 다른 한 장은 하단의 능력을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10장의 카드로 10번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능력 카드는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도 사용하지만 이동을 위해서도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나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부분이 플레이어들을 고민하게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맵은 생각보다 넓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몬스터들도 사냥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능력 카드들은 사용한 후에 버려지는데, 버려진 카드를 손으로 다시 가져오려면 (간혹 되돌리기도 하지만) 한 장을 게임에서 소실(제거)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적어지겠죠. 사냥을 못하거나, 이동을 못하거나. 능력 카드들이 모두 소실되면 캐릭터는 탈진하고, 모든 캐릭터가 탈진하면 진행 중인 시나리오는 실패합니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체력이 다해 탈진하기보다는 남은 카드가 없어서 탈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더욱 효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들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튜토리얼에서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설계된 연습용 카드들로 시작해서 튜토리얼을 완료하면 실전 카드들을 플레이어 스스로 구성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시나리오 책자와 보조 시나리오 책자.

 

시나리오 책자가 맵 타일을 대신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았습니다. 세팅의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공간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본판의 다양한 맵 타일들도 시나리오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분위기와 장소를 제대로 표현해주지 못했던 것과 달리 시나리오 책자에 세밀하게 묘사된 맵 디자인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큰 장점으로 느껴졌고 훨씬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시나리오 책자의 작은 크기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보조 시나리오 책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시나리오 책자의 크기는 결코 플레이어들의 게임 경험을 해치는 요소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 사자의 턱의 장점이라면, 캐릭터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믹을 맵에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가령 철거전문가가 활약할 수 있도록 준비한 많은 장애물들 말이죠.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추가될 능력카드, 공격 보정 카드, 특혜

 

5레벨에서 여러분을 기다리는 사자의 턱의 하이라이트

시나리오를 완료하면서 캐릭터들은 경험치를 획득하고 골드를 얻고 특혜를 받습니다. 경험치를 사용하여 레벨을 올리고, 골드로 아이템을 사고, 특혜를 얻어 공격 보정 카드를 정제합니다. 특히나 공격 보정 카드를 정제하는 과정은 정말 재밌습니다. 글룸헤이븐은 주사위를 사용하는 대신 공격보정카드를 사용합니다. 모든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같은 구성을 가진 보정카드를 지급 받습니다. 하지만 특혜를 얻고 보정카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기본 카드를 제거하고 각 캐릭터들의 고유한 보정카드를 추가하게 됩니다. 상대에게 부상이나 독 효과를 추가하거나 무장해제를 시키는 등 상태 이상 효과를 걸기도 하고, 동료에게는 축복을 적에게는 저주를 걸기도 하고, 공격과 동시에 치료를 하기도합니다! 이러한 공격보정카드를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캐릭터들은 점점 더 개성있는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안정적인 딜러가 되기도 하고, 강력한 서포터가 되기도 하죠.

 

 

사자의 턱은 글룸헤이븐 본판의 장점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비교적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탠드 얼론 확장입니다. 게임 경험이 적은 게이머들이 익히기 어려웠던 게임 방법을 제대로 만든 튜토리얼을 통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5개의 튜토리얼 중 앞의 3개의 튜토리얼은 정말 간단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경험 많은 게이머들이나 본판을 경험해 본 게이머들에겐 싱겁게 느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튜토리얼 과정이라는 인식을 하고 플레이하시면 좋겠습니다  

 

본판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든 단독 게임이든 사자의 턱은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글룸헤이븐 본판은 몇 년째 유명 보드게임 사이트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사자의 턱도 5위라는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본판을 즐겼던 게이머들은 새로운 프리퀄 시나리오를 즐겨 볼 수 있고 개성 있는 4개의 추가 캐릭터를 얻어 본판에서도 사용해 볼 수 있으며, 본판에 장벽을 느꼈던 게이머들은 기존보다 쉽게 글룸헤이븐을 경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저의 사자의 턱 개인 평점은 [9/10]점입니다. (글룸헤이븐 본판 [9.9/10]점)